전 회사에 있을 때 대표님 대신 스타트업 워크숍에 간 적이 있다. 거기에서 난생 처음 보는 유형의 대표님을 만났다. 동네 아저씨(?) 느낌. 그리고 같이 온 직원분에게 핀잔을 듣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요 대표님…’ 그런데도 별 타격감은 없으셨다. 말장난을 치면서 그렇게 넘어갔다. 가만 더 지켜보니, 직원분께서 그 사람을 좀 애잔하게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에효 대표라는 사람이 저것도 모르면 어쩌나 내가 도와줘야지’ 대충 이런 느낌… 근데 좀 크게 와닿았다. 어쩌면 저 대표는 진짜 똑똑하게 경영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 라는 사람이 창시한 ’욕구계층이론‘ 이라는게 있다. 인간의 욕구를 낮은 수준의 욕구부터 높은 수준의 욕구까지로 구분해둔 것이다. 그리고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 가장 높은 단계는 타인에게 내외적으로 존중 받으며 어떠한 지위를 확보하기를 바라는 욕구인 ‘인정 욕구’다. 바로 그것이다. 동네 아저씨 같았던 그 대표님은 직원들에게 정확히 그것을 충족시켜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인정 욕구 말이다.
또 새로운 초기 스타트업에 와보니 그날의 깨달음이 다시 떠오른다. 요즘은 참 이상하게 퇴근을 해도 마음이 편할 날이 잘 없다. 일은 많지만 내가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 일에 대한 피드백을 구할 리더가 없고 스스로 많은 부분을 찾아서 하고 알아서 클로징 해야하기 때문에 그것이 어려운 것 같다. 결국 어떠한 정신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서, 나의 인정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가 아닐까. 그렇다고 내가 진짜 꿈꾸던 일을 하며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회사에 필요해보이는 일을 하고 있을 뿐.
나는 창업자가 아닌 직원이지만 이곳에 있다보면 창업이라는게 되게 어렵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돈을 준다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신뢰를 쌓는 것 또한 한순간에 되지는 않는다. 피드백을 하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와중에 돈 벌 궁리도 해야 하고, 전략이 검증될 때 까지 버티기도 해야된다. 어렵다 어려워. 어쨌든 지금 내게 필요한건 인정에 대한 것인데, 그것을 스스로 해나갈 수 있을지는 한번 더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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