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는 프로덕트 매니저 이남경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soketing.tistory.com/21
Intro 는 건너뛰고,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프리랜서 계약으로 단기 투입 되었던 곳에서 정규직 제안을 주셔서 오랜 고민 끝에 합류를 하게 되었어요. 정식으로 합류한지는 이제 1개월 차네요. 프리랜서 기간까지 합치면 총 4개월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저를 데려왔던 COO 분은 퇴사를 하셨고, 제가 기획하던 웹서비스는 앱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전라남도 곡성 현장에 내려가 일주일간 합숙하며 상품 기획을 시작했고, 현장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저희가 풀어야 될 문제를 뾰족하게 다듬었고, 법무법인과 소통하며 규제 안에서의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고, 오퍼레이션 리소스를 팀 내에서 분배했고, 난생처음 채용 프로세스 전체 사이클을 태워봤네요. 제가 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보다는 팀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던 시간이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는 일,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진짜 어려워요. 실무를 하는게 어렵다기보다는, 이게 회사에 필요한 일 같아 보이고 제가 생각했을 땐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 중요성에 대해서 설득을 하는 일이 어려운 것 같아요. 아무리 능동적으로 일한다고 해도, 필요한 일을 찾아내는 건 능동적으로 하지만 그 일을 결국 진행할지 진행하지 않을지는 대표님의 재가가 필요한 거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커뮤니케이션은 민감할 수 있는 연봉 협상과 관련하여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이슈가 있었을 때 그것과 관련되어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저는 더 높게 산정되었길 기대할 수 밖에 없었고, 회사 입장에서는 런웨이도 고려하여 최대한 낮게 가져가고 싶은 상황이었어요. 계약서에 대해 검토를 했을 때 사전에 인상을 논의했던 그 기준점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A에서 10% 인상을, 회사는 B에서 10% 인상을 생각한 거였죠. 그래서 제가 했던 일은, 제가 A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말씀드리며 오해를 풀고자 하였어요. 두 번째로는 그래서 회사에서 제공하려는 B에서 10% 인상이 아닌 A에서 10% 인상된 금액으로 연봉을 받으려면 제가 어떤 기대를 충족해야 하는지 물어보았어요. 세 번째로는 길게 늘어진 저의 입장을 3개의 불렛 포인트로 정리하였어요. 1. 이런 이유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2. 혹시 어떤 기대를 충족시키면 제가 기대하는 이 정도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지? 3. 만약 회사 런웨이 상 어렵다면 6개월 내 재협상을 하고 싶다. 끝으로는 회사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제가 제안할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해서도 제시하였어요. 결과는, 3번으로 진행하자는 답변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 어려웠던 커뮤니케이션은, 많은 일을 결정하기 전 제 의견에 대해 코멘트를 요청 받았던 점이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솔직하게 이런 생각을 했어요. '결국 나는 의사결정권이 없는데...' 열심히 의견을 말해도 결국에 결정은 내가 할 수 없다라고 생각했고 한 가지 이슈가 아닌 오퍼레이션, 프로덕트 등 다양한 이슈에서 피드백을 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지치기도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하게 된 생각은 직원이 평등하게 의견을 말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문화라는 게 쉽지는 않지만 구축하려는 시도인가 싶기도 하고요. 스스로 피드백을 남기기 위해 한번 더 고민해 본 그 시간이 뼈와 살이 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주로 'A 방향을 택할 시에는 이런 식으로 전략을 짜고, B 방향을 택할 시에는 이런 식으로 전략을 짤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저는 A 방향을 택할 것 같습니다.'라는 프레임으로 피드백을 하였어요. 그 과정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실행할 시 각각에 대한 실행 시뮬레이션을 굴려볼 수 있었다는 점과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점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저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시간에 대한 리소스였어요. 우리가 목표한 런칭일을 맞추려면 A라는 방향을 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죠.
요즘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 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글쓴이가 재직했었던 메타의 경우 피플 매니지먼트 트랙과 업무 매니지먼트 트랙 두 가지로 나누어서 직급을 선택할 수 있더라고요. 저는 피플 매니지먼트가 그렇게 전문성을 띨 정도의 일이라고는 생각을 안 했었는데 두 트랙 모두 동일한 직급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실제로 업무 성과 관리를 하는 것만큼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도 가치가 큰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관점에서 코 파운더 중 한 명을 매니징 하게 되었다는 점이 지금 저에게 주어진 어려운 숙제예요. 누군가가 보기에는 리소스 관리가 안 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는데 그게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왜 문제로 다가왔을까 생각해 보는 중이에요.
결국엔 커뮤니케이션
딱히 뭘 하는게 어렵다기보다는 당신과 나의 기대치를 맞추고, 근거를 들어 나의 의사를 전달하고, 근거에 기반한 상대의 의사를 듣고,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회사 생활에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더 깨닫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한편으로는 재미있어요. 내 의견이 얼마큼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도 복기해 볼 수 있고요.
한 번은 코파운더 두 분께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서 나름,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릴까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결국엔 데이터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수치적인 근거가 있을 때 적어도 손해 보는 일은 없겠다 싶어서 제가 처음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태우게 되었을 때, 유료 플랜 도입과 관련해 설득하는 과정에서 저는 데이터를 정리해서 자료를 만들었어요.
현재 무료 플랜에서의 데이터를 모았고, 분석해보았고, 예상 전환율이 실제로 가늠하기 어려웠고, 광고를 했을 때 얼마큼 좋아질지는 광고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에서도 명확히 제시를 못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광고를 하고 있고, 우리는 괜찮은 후보자가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 채용 프로세스가 시간적으로 늘어지는 과정에 있었고요. 선택을 했어야 했는데, 마침 광고 상품이 또 첫 구매 시 전액 페이백 되는 상품이라 이 점을 최종적으로 앞세우고 제가 광고 운영에 대한 성과 트래킹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서 광고 상품 집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는 주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한동안은 일과 회사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커리어를 이곳에서 내가 잘 살릴 수 있을지 고민이 되어서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좀 깊었던 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인생의 OKR 같은 것들을 세워보고, 나 진짜 CPO 가 되고 싶은가, 나 진짜 실리콘밸리에 가고 싶은가 라는 궁금증에 책도 사보면서 조금씩 인생의 큰 방향성을 잡아가다 보니 마음에 안정기기 찾아오는 것 같아요.
결국에 제가 하고 싶은 프로덕트 매니저의 책임 중 기본이 문제 정의이고, 그것을 설득해서 같이 해결해나가며 가설에 대해 실험을 주선하는 역할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 맥락에서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의 관점에서 보면, 누군가를 돕고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건 변함이 없이요.
'Life is a game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프로덕트 매니저 (2) | 2024.09.18 |
---|---|
대표에게는 직원을 인정해주는 능력이 필요하다 (0) | 2024.08.30 |
Self Interview |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4) | 2024.07.23 |
Dear, Little sweety (0) | 2024.07.18 |
Perfectionism and a growth mindset don’t go together (0) | 2024.07.17 |